사일런트 힐 - The Room 현실세계

사일런트 힐이란 제목의 게임과 영화를 참고하여 쓰는 패러디입니다.
주인공은 오리지널입니다만, 등장하는 크리처들은 게임을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좀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실지 모릅니다.(......)



 요란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수가 사는 아파트는 오래된 곳이라 방음시설이 형편없었기에 듣고싶지 않아도 듣게 되었다.
 싸움의 주된 내용은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서였다. 심한 욕 사이로 들리는 것들을 조합한거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현수는 이런 식이 싸움을 몇번인가 들었기에 이번에도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옆집 부부는 질리지도 않는다. 벽이 엷다 못해 거짓을 조금 보태어 옆집에서 새벽에 일치르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곳인데 저렇게 대놓고 싸울 생각을 다 하다니. 대단한 배짱임에는 분명했다.

 "오늘도 그냥 자기에는 그른건가."

 한숨이 나왔다.

 

 장현수. 올해로 서른인 그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모든 일처리는 그의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행해졌고, 그 덕분에 선택한 직업은 프로그래머였다. 하지만 그것도 띄엄띄엄이라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인터넷 뱅킹에서 확인한 통장의 잔고는 이제 겨우 50만원 정도. 이번 달 방세를 내면 20만원 정도가 그에겐 생활금이 된다. 마지막 피크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옆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부부가 되려 부럽게 느껴진다. 그들은 싸우긴 해도 '밖'을 활보할 수 있지 않는가.

 "...우울할 뿐이야.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예전 같으면 지금 쯤 연락을 해올 모 게임사의 기획팀장도 이제는 소식이 뜸해졌다. 아무래도 팀으로 움직이며 다이나믹하게 활동해야 하는 현재로썬 현수처럼 방을 나오지 못하는 프로그래머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거슬릴 것이다.
 어차피 그런 점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하지? 이대로 있다간 쫓겨나게 된다.

 "해결방법. 해결방법이..."

 쾅! 쿠당탕!
 옆집의 싸움은 갈수록 심해졌다. 슬슬 짜증이 밀려든다. 안 그래도 작년에 비해 무더운 여름이다. 거기다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는 상승곡선을 그리다 못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참자.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그럴 시간에 돈 벌 궁리를 해야 해."

 냉정하게 바라보는 현실은 분명 그러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고 해도 현수 역시 인간이다. 인간은 갑작스런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생물이다.
 쿠당탕

 "으아! 거 좀 조용히 좀 합시다!"

 결국 참지 못한 현수가 베란다 쪽으로 얼굴을 내밀어 외쳤다. 그러자 옆집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사라진다.
 조금 후회가 되었지만 속이 풀린 현수가 다시금 일자리를 찾을 궁리를 하고 있을 때, 침실 쪽에서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문뜩 두려움이 스며든다. 설마 아까 지른 소리 때문에 항의성 전화라도 온 건가? 하지만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고?
 아니,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현수는 침실로 들어가 심호흡을 하여 가슴을 진정시키곤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아니 얼핏 들리는 소음 비슷한 것이 있었다.

 "저기... 여보세요?"

 다시 한번 더 묻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다. 그런데 아까 얼핏 들렸던 소음이 조금 뚜렷해진다. 무슨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비슷했다.

 "...조...심..."
 "...네?"

 장난전화라 치부하기에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너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현수는 멍하니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조심? 뭘 조심하라는 소리지? 아니, 그보다 분명 뭔가를 끌고 있었어. 장난전화인가?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했는데."

 그래도 옆집의 항의전화가 아니라는 것에는 안심이 되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 현수는 다시금 거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구인정보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온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뒤적인 사이트는 그리 좋은 정보를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몇장의 프린트 해놓은 종이들이 현수에겐 희망이 되어주고 있었다.

 "후우, 찜찜한 전화도 있었고, 괜히 화풀이 했다가 쫄기도 했었던 새벽이었지만, 그래도 몇장 건졌구나."

 기지개를 켜며 스스로가 대견하다 여긴 현수는 냉장고 쪽으로 다가갔다. 월요일 아침이면 배달되는 우유가 아직 남아 있으련지 모르겠다.
 냉장고의 문을 열려고 하던 현수는 못보던 메모지가 붙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7월 8일]

 "음? 이런 것도 붙여놨었나?"

 잠시 생각해보던 현수는 어차피 작업한다고 이것저것 붙이고 다니던 예전을 생각하여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7월 8일
 현관문 열쇠 분실. 어떻게든 찾아야 해.]

 "...열쇠? 아, 그러고보니 작년에 잃어버렸었지."

 아파트 현관문 열쇠를 말하는 것이다. 작년에 찾아보겠다면서 냉장고 문에 붙여놓곤 그대로 잊어버리고 있었다. 사실 나갈 일이 없었기에 크게 이상한 점을 못느꼈던 것도 한몫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왜 보이지 않았었지?

 "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찾아야 하잖아."

 그래, 이렇게 된 거 현관문 열쇠를 찾기로 했다.
 하는 김에 대청소도 하기로 한 현수는 그대로 청소기를 꺼내었다. 남자 혼자서 살다보면 이것저것 챙겨둬야 할 생필품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 청소기는 생각보다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나 지금처럼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에는 더 그랬다.
 우웅
 청소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는 그대로 방바닥에 펼쳐져 있던 종이라던가 잡다한 책 같은 것들을 탁자 위로 치우고 바닥을 밀기 시작했다.
 몇번 밀다보니 뭔가 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는 청소기를 끄고 흡입구를 들어보았다. 아쉽게도 현관문 열쇠는 아니었다.
 자그마한 핸드폰 줄이었다. 줄의 끝에 매달린 은빛 해골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통신으로 주문했던 녀석이었다. 몇달 전에 잃어버려서 그렇게 찾았는데도 안 보이더니, 이렇게 쉽게 찾게 될 줄이야.
 이왕 찾게 된 거 현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해골 줄을 걸었다.
 띵동
 현관에서 벨이 울렸다. 누구지?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갑자기 새벽에 있었던 일이 상기되며 몸이 떨려왔다. 혹시나 옆집 사람이 찾아왔나?
 삑
 청소기의 전원버튼을 누르고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도어뷰에 눈을 대었다.

 "..휴우, 택배기사였군."

 철컥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안전걸쇠는 여전히 걸어둔 상태다. 먼저 상대방의 의도부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장 현수 씨시죠? 택배 왔습니다."
 "아, 예."

 오래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아니, 아직도 정신적인 방어막이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았기에 길게 끌면 불리했다. 어쨌든, 택배상자를 조금 벌어진 문 틈으로 받고 불편하게 들어온 택배기사의 손 위 PDA에 사인을 했다.
 거실로 온 현수는 택배상자의 겉에 표기된 발송인을 확인해보았다.

 "Despair of Arrow. 절망의 화살? 처음 듣는데."

 수취인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주소 역시 마찬가지다.
 현수는 상자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해보았다. 안에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크기는 자그마했다. 수험책자에 부록으로 딸려나오는 핸드북 정도의 크기와 두깨였다.
 제목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붉은 가죽 표지가 조금 거슬릴 뿐이었다.
 첫장을 펼치자 이상한 도형이 그러져 있었고 그 밑에는 설명하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밖의 커다란 원은 전체를 뜻한다. 가운데 맞물려 있는 세 개의 원은 각각 탄생과 삶과 죽음을 뜻한다. 그리고 각각의 원의 중심점에서 이어진 삼각형은 영생을 뜻한다.
 ...흥미롭긴 한데, 이걸 왜 나한테 준거지? 전화번호라도 있다면 물어보겠는데."

 택배를 보내려면 발신인의 전화번호는 명시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 보다, 문양이 어쩐지 익숙했다. 그저 그런 동그라미와 삼각형의 기하학적 모양이라서일까? 아니면, 정말 어디서 본 것일까?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다.



 책의 내용은 어떠한 종교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들은 그 종교를 '재림'이라 칭했다.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책에선 약간만 언급했을 뿐, 자세하게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래봐야 광신도들이겠지."

 거실 쇼파의 푹신함에 기대어 있던 현수는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그리곤 그대로 탁자 위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아직 정리 전이라 너저분했다. 하긴, 청소하다 말고 갑자기 찾아온 택배기사 때문에, 거기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 덕분에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현수 자신에겐 이럴 시간이 없었다. 어서 빨리 직장을 구해 다음 달 방값을 해결해야 할 투철한 사명이 있었다. 사실 사명이라기 보다는 쫓겨나면 안락한 환경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가 더 컸다.

 "아까 뽑아뒀던 종이가 어디에 있더라?"

 청소한다고 여기저기 들쑤셨더니 프린트 한 종이의 행방이 묘연했다. 분명 탁자 주위를 청소기로 민다고 위에 얹어뒀는데, 아무래도 섞인 모양이다.
 결국 쌓여 있는 책과 종이들을 전부 뒤적거린 뒤에야 프린트 용지를 찾을 수 있었다.

 "보자, 총 네 곳이었지?"

 간략한 소개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표는 총 네 개였다. 그 중에 한 곳의 번호를 누르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뚜우, 뚜우, 뚜우
 어쩐 일이지? 어제만 해도 멀쩡하던 전화가 불통이다.
 찰칵 찰칵 찰칵
 몇번 온훅을 눌러봐도 마찬가지다. 짜증이 난 현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

 서비스 이탈 표시만이 계속 떠올라 있다.

 "뭐야? 이거?"

 불현듯, 어제부터 시작된 평상시와 다른 모습들이 스쳐지나간다. 으스스 살이 떨려온다.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그래 기분 탓일게 분명하다. 근처 기지국에서 공사를 하던가, 아니면 아파트 중계기에 이상이 생겼던가. 분명 그런 일일 것이다. 아니라면,

 "아닐리가 없잖아. 대한민국 국토에서 핸드폰이 안 터지는 곳이 있다면, 그게 말이 안 된다고."

 물론 직접 나가본 건 아니지만, TV에서 선전하기론 그랬다. 거기다 현수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무리 오래되어 이리저리 고물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해도, 엄연하게 수도권 주변이다. 가장 전파가 잘 잡혀야 할 곳인 셈이다.
 그러니, 신경 탓이다.

 "후우, 그나저나 전화가 불통이니 직접 나가봐야하나?"

 하지만 말이 그렇지 나간다는 건 현수에게 있어서 극도의 공포와 다름없었다. 차라리 아파트에 귀신이 산다는 게 덜 무섭다.
 남들은 대인 공포증이라 부르는 정신적 질환. 물론 고치기 위해 노력도 했었다. 몇몇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든 적응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그저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문뜩, 자괴감이 들었다. 스스로가 한심하다 못해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건 육체적 나약함과는 거리가 있는, 정신적 나약함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현수는 뺨을 가볍게 쳤다. 약간 얼얼한 느낌이 정신을 차리게끔 해준다.

 "무슨 아파트가 인터폰도 없냐?"

 괜스레 한마디 해서 위안으로 삼는다.
 쾅쾅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놀란 현수가 뛰는 가슴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택배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누구일까? 평소라면 한달에 한두번 다녀가는 집주인 말고는 올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따라 두번이나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음?"

 도어뷰로 바라보자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장난친건가? 누군진 몰라도 상당히 고약한 장난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거실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문 밑의 작은 틈으로 붉은 종이가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곤란해. 다들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약속장소가 어디야? 저번엔 네리 거리의 네리 바였잖아. 거긴 위험하다고 전에 네가 얘기해서 바꾸기로 했었지 않아? 아무튼, 빠른 답변 기대할께. 나는 가까운 곳에 있어.]

 검은 잉크가 조금 번져 있었지만, 알아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쪽지의 주인은 호실을 잘못본 모양이다. 현수에겐 이런 식으로 쪽지를 전달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후우, 아무래도 오늘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일찍 자야겠어."

 아직 오후 4시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새벽까지 일자리 찾는다고 고생한데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현수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뭐, 전화는 내일이면 어떻게든 고쳐지겠지."

by MirGadia | 2008/07/10 21:02 | 【 패러디 】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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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han at 2008/07/16 12:12
사부.. 주인공이였군요.. 출세한겁니까?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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